2013년 6월 30일 일요일

[뉴스 인사이드] '메이저 3연승' 박인비, 세계 골프를 점령하다


박인비 선수가 US여자오픈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08년 19살의 나이로 US오픈 데뷔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박인비는 5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열린 US여자오픈에서 박 선수는 정상을 차지한 뒤 우승 비결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어머니가 끓여준 감잣국 덕분"이라고 웃음 지었습니다.

슬럼프 극복 비결은…

화려하게 LPGA 무대에 등장했던 박인비는 일찍 조명을 받은 만큼 빨리 잊혀졌습니다. 2008년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관심에서 조용히 멀어졌습니다. US오픈 우승 이후 SK텔레콤과 메인 스폰서 계약도 맺었지만 이듬해 계약은 파기됐습니다. 그 이후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후원이 끊기고 관심도 멀어지면서 박인비의 슬럼프는 오래갔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해외 투어 생활을 전전했습니다. 이때 결정적인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약혼자인 남기협 KPGA프로입니다. 해외 전지훈련 도중 만난 두 사람은 2011년 약혼했고, 연인이 슬럼프에 빠지자 남 코치는 모든 걸 포기하고 미국행에 올랐습니다. 흐트러진 스윙을 교정해주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준 것도 남 코치였습니다. 이후 실력을 되찾은 박인비는 작년부터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습니다. 시즌 2승을 거두며 자신감도 찾았습니다. 올 시즌에는 국민은행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고 더욱 경기에 매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유의 '컴퓨터 퍼팅'과 간결한 스윙으로 평균 타수 세계 1위, 평균 퍼팅수 세계 2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번 시즌 5개 대회 우승에서 역전승을 세 번이나 거뒀고, 마지막 두 개 대회는 연장전까지 가서 우승컵을 쟁취했습니다. 이번 US오픈도 1라운드에서 2위로 출발했지만 기어이 역전승을 만들어냈습니다.

메이저 3연승…63년 만의 대기록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은 한국 선수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기록일 뿐 아니라, LPGA 역사에서도 1950년 미국의 베이브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입니다. '우상' 박세리가 세웠던 한국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도 5승에서 6승으로 경신했습니다. 이제 박인비는 남녀 골프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한 시즌 메이저 대회 4회 우승이라는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앞두고 있습니다. '에비앙 마스터스'가 메이저대회로 승격되면서, 브리티시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중 한 대회만 우승하면 유일한 한 시즌 메이저 4회 우승자가 됩니다.


조용한 암살자…골프史 새로 쓰다

미국 언론에서 '조용한 암살자'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조용하지만 승부처에서 물러섬이 없는 박인비. 박인비는 US오픈 우승 직후 "올해 하나 남은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해 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만큼이나 얼마나 많은 승수를 더 거둘지 예상할 수 없지만 예리한 그녀의 샷 하나하나에 세계 골프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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